이상한모임에서 대림절 달력으로 크리스마스 전까지 12월 내내 하루 한 권씩 각자 올해 읽은 책을 공유합니다. 매일 공유되는 독후감을 이상한모임 대림절 달력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설명하기 전에 아래 영상을 먼저 보자.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공을 몇 번이나 주고 받는지 숫자를 세야 한다.

대니얼 카너먼의 책 <Thinking Fast and Slow>1을 연초에 구입했었는데 연말이 다 되어서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직관의 편향성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 (책에서는 System 1과 System 2) 둘을 설명하고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영향을 보이는지 다양한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빠른 생각은 자동적으로 동작하고, 고민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나오는 생각을 의미한다. 느린 생각은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연산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나오는, 노력이 필요한 생각을 말한다. 빠른 생각은 화난 사람 얼굴을 봤을 때 화났다고 아는 것과 같이 직관적인 생각이고, 192 + 385 같은 문제를 봤을 때 결과를 생각하는 경우가 느린 생각이다. 사람은 이 두 가지 방식으로 사물과 문제를 판단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 두 가지 방식이 어떻게 동작하는가 살펴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내내 인지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빠른 생각이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추측해서 생각을 채워 이야기를 완성하게 되면 다른 가능성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빠른 생각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면 느린 생각이 활동을 시작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느린 생각이 다른 일로 바쁘거나 게으른 상태가 되면 그 판단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처음 어떤 인상을 갖는가에 따라서도 이런 편향적인 사고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직접 보지도 않고 엄청 좋아하거나 무조건 싫어하는 경향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사례를 줄줄이 나열하고 있어서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앞서 본 영상에서 느린 생각이 주로 동작하기 때문에 빠른 생각의 주요 역할인 다른 움직임에 대한 파악이 약화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실제로 살펴볼 수 있는 많은 연구 사례를 다루고 있다. 책 내용을 적자면 끝도 없이 적을 수 있는데 그러면 재미 없으니 꼭 책을 보도록 하자. 막연하게 “애플 제품이 이유 없이 막 끌린다”라거나 “MS는 어찌 되었든 까야한다” 식의 직관 편향을 접해봤다면 (아니면 본인에 해당한다면) 재미있을 내용을 많이 다룬다.2

자기계발서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고는 얘기하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좁게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편향성이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고 내가 어떤 부분이 강한 지, 약한 지 판단해볼 수 있고, 넓게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지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읽는 과정으로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만약 자신이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기획 등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한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 번역서도 있다. 대니얼 카너먼, 이진원(역),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2012. 
  • 직접 목격하지 않았는데도 무엇을 완전 좋아하거나 아예 싫어하는 경향을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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