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Weiwei
호주 생활에서, 아니 내 인생 통틀어 미용실서 자른 머리 중에 워스트 1위에 빛나는 스타일.

2015년 목표를 다시 읽어보며 내년엔 무슨 계획으로 지낼까 고민하다가 먼저 올해는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2015년에도 자잘하게 많은 일이 있었다. 신상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혼자 나와서 살기 시작한 점이다. 혼자 살아본 경험이 전무해서 한동안은 정말 긴장 잔뜩한 상태로 지냈지만 이제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출퇴근에 시간을 많이 썼었는데 개인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어서 한동안 이사 관련해 꽤 고생했지만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호주 기준으로는 평범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계속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계속 PHP로 개발하고 있고, 올해는 Magento로 개발하는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 진행한 몇 자체 프로젝트는 PSR에 따라 개발도 했고 그에 따른 사내 교육도 진행했다. 연초엔 그래도 한산했는데 7월 즈음 유지보수로 들어온 클라이언트로 인해 야근에, 주말에 일하는가 하면, 단기간에 해결 안되는 수많은 이슈로 일감 관리가 전혀 안됐던 탓에 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시끄럽고 방해가 많은 사무실 환경까지 더하니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흥미가 떨어지는 일에 강한 압박 받으면서 퇴근할 때 오늘 한 일이 한 단어로 정리가 안되는 날이 몇 달 반복 되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 기간동안 정말 좋은 오퍼도 많이 받았는데 비자 탓에 고사할 수 밖에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나마 지금은 진정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기억하기 싫다. 그 기간 경험에서 내년엔 내 커리어를 어떻게 갖고 가야하나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지난 해를 대비해서 생각하면 한 달 이상 시간을 쓰는 일에는 그닥 열심히 노력하지 못했던 것 같다. 꾸준하기보다 회사 일이 지친다는 이유로 그때그때 흥미있는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자잘하게 공부하고 했던 일은 많은데 그렇다고 배운 것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이 없었던 점이 가장 후회된다. 연중에 코세라와 eDx에 참여했는데 결국 초반 몇 강의만 듣고 더이상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도 아쉽다. 올해 가장 관심 많았던 부분은 함수형 프로그래밍이었다.(@devthewild님의 영향이 크다.) 아직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내년에도 관련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영어는 엄청 나아졌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최근 IELTS를 본 결과로는 정말 근소하게 나아졌다. 그나마 시험 준비하는 기간에 공부를 조금 한게 전부였는데 좀 더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게 아쉽다. 그래도 올해는 클라이언트랑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이 엄청 늘었는데 전화로 말하고 메일 쓰는 일이 엄청 늘어서 영어 실력은 늘지 않았어도 자신감은 조금 늘어난 것 같다. (물론 클라이언트랑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건 그닥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던 일은 짧게라도 읽은 글이나 살펴본 내용은 블로그에 기록했다는 점이다. 직접 쓴 글보다 번역글이 더 많았지만 올해 총 76개 포스트를 남겼다. 연초 목표에 적어두진 않았어도 100개 정도를 목표로 잡았는데 한동안 미드 본다고, 그리고 이사 간다고 글을 뜸하게 썼던 기간이 있어서 달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한참 전에 썼던 글이 갑자기 공유되어 평소같지 않았던 조회수도 경험해봤다. 연초 한국에서 작성한 IT 개발자, 호주에서 일하기를 비롯해서 라즈베리 파이 2를 구입한 이야기와 같은 글도 많이 읽히고 있고, 커밋 메시지에 관한 글어떻게 학술 논문을 읽어야 하는가 같은 번역글도 많이 공유되었고, 다양한 의견을 살펴볼 수 있던 기억이 난다. 내년에는 번역도 꾸준히 하지만 내 글도 더 많이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모임 활동도 계속 참여했다. 시즌2를 조직하면서 커뮤니티를 위한 개발을 몇가지 할 예정이었지만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해 특히 아쉽다. 그리고 올해에는 크고 작은 행사를 매번 꾸리는데 고생하는 분들께 미안한 감정이 늘 가득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그저 슬랙에서 웃고 떠드는 일, 리트윗 하는 일 외에는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실질적인 커뮤니티를 꾸리는데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내 욕심이 지나치게 많아서 그런 것인지 어쩐지 몰라도 내가 어떤 역할로 이 커뮤니티에 계속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6월부터 제이펍 베타리더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 중반부터 한국어로 된 책을 부지런히 읽고 있고 지금까지 6권 참여했다. 어려워서 제대로 읽지 못한 책도 있었지만, 책을 읽고 오탈자를 찾고 어색한 내용에 메모하는 과정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베타리더로서 남긴 후기가 책에 함께 들어간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읽을 책이 많이 기대된다.

올해도 건강관리를 그닥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이사한 이후로 아침, 점심, 저녁 음식을 직접 챙겨 먹다보니 식사량을 조절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살을 많이 뺄 수 있었다. 직접적인 운동은 많이 하지 못했고, 자전거 출퇴근은 아직도 미루고 있다. 내년엔 둘 중 하나는 습관으로 만들어서 운동량을 늘려야겠다.


2015년에는 제대로 이룬 것이 없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완전 절망스러운 결과는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내년엔 조금 더 세세한 계획을 갖고 더 부지런히 도전하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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