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맥북으로 PDF를 읽는 일이 많아졌다. 새하얀 PDF를 한 쪽에 열어두고 어두컴컴한 터미널을 나머지 공간에 띄워 정리하려니 금방 눈이 피곤해지는 기분이다. 그나마 대안이라고 크롬 브라우저에 내장된 PDF 뷰어와 Dark Reader 크롬 확장으로 버텼다. 다만 뷰어 전체를 흑백 반전해주는 정도라서 PDF 이외 부분은 애매한 회색으로 표시되는데 그게 정말 마음에 안드는 색이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뤄두고 PDF 뷰어를 찾아 돌아다녔는데 지난 번에 크롬북 용도로 만들어둔 PDF 뷰어를 그냥 쓰면 되는 것이었다!

다크모드 활성화하기

웹은 역시 최고의 발명임을 상기하며...

크롬북에선 PWA로 설치하는 것이 유일한 앱 설치 방법인데 당연히 맥에서도 전혀 문제 없이 설치 가능했다. pdf.js 기반이고 서비스워커로 오프라인 접속도 지원한다. File System Access API를 사용하면 파일을 열 때마다 권한 확인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대신 Origin private file system (OPFS) 공간에 파일을 저장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pdf.js의 어노테이션 같은 것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변경된 PDF를 다시 받는 것도 가능하다.

크롬북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잔잔하게 만들어 쓰던 것들은 사실 웹브라우저 있는 어느 환경에서나 다 사용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다. 빠르게 새로운 웹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서 정말 좋아하는 OS인데 요 근래 크롬에 관한 좋지 않은 뉴스가 자꾸 나와서 아쉬울 따름이다.

Hiroshi Yoshimura - Time forest

(Stretched)

Published on November 22, 2024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글로 써두지 않으면 어떻게 지냈는지 전혀 모르니까, 여기에 또 짧게라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을, 사실 몇 달 전부터 했는데 오늘에야 조금 용기 내서 파일을 열었다.

어째 끝날 것 같은 학교는 도저히 끝이 보이질 않고 그 와중에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바쁜 일감만 쌓이고. 글도 쓰고 마음도 생각도 다잡고 지내고 싶은데 계속 몰아치는 이 기분을 어떻게 떨쳐내야 하나 고민이다. 그 사이 한국도 다녀왔는데 코로나 이후로 처음이라 너무 반갑긴 했지만, 또 다른 고민거리를 머리에 더 넣어 돌아왔다. 어째서 고민은 이렇게 계속 불어나는지. 미리 고민하고 걱정하는 일은 해가 갈수록 더 잘하는 것 같다. 고민 늘리는 것도 실력이 느는 것인가 싶다.

반복되는 일상에도 의식하고 계획한 대로 착착 해나가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데 가로로 누워서 전화기 보는 것 외에는 적극적으로 하기 싫어지는 게 많아진다. 잠시라도 앉아서 집중하려고 하면 전화부터 들어 딴짓하는 무서운 일이 자꾸 일어나서 겁난다. 머리 똑똑한 사람들 모여서 앱 사용하는 시간 늘릴 방도만 궁리하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되는 것이야, 핑계 대고 책임 떠밀어도 결국 일어나서 전화기 내려놓는 것은 내 몫이면서 동시에 짐이 된다. 결국은 어떻게든 시스템을 구성하고 루틴 만들어서 바꿔가야 하는 게 요즘의 시대정신 같으니까.

글을 좀 쓰고 싶다. 일기도 그렇고, 수많은 잡생각을 좀 쓰고 정리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벌써 11월이니까, 내년 목표 미리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글을 다시 꾸준히 써보고 싶다.

Vince Guaraldi - The Great Pumpkin Waltz

Published on October 28, 2024

최유리 - 살아간다

2021년 10월 5일 EP 여정

Published on October 4, 2024

잉크펜을 사용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지만 여전히 지우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어서.

쿠루토가 샤프 펜슬은 매번 지면에서 떨어질 때마다 샤프심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심 끝이 골고루 마모되어 항상 선명한 글씨로 글을 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4, 5년 정도 쿠루토가를 사용하고 있는데 글씨는 선명해서 보기 좋지만 빠르게 쓰다보면 아무래도 돌림힘(토크)가 있어 손이 피곤한 기분도 들고 다른 펜을 썼을 때 필기감이 좀 엉망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펜을 자주 오가면서 쓴다면 꽤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새 샤프심을 끼워서 첫 글자를 쓸 때 느낌을 좋아한다면 이 샤프 펜슬이 제격이다.

몇 번 떨어진 적도 있지만 그다지 험하게 쓰진 않았는지 고장이나 이상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이제 새학기도 시작인데다 손잡이에 젤이 있는 모델이 있길래 장시간 사용에 더 도움이 될까 싶어서 새 샤프 펜슬을 구입해봤다.

유니 알파겔 스위치

유니 알파겔 스위치는 2021년에 출시한 모델로 기존 사용하던 쿠루토가와 차이점은 그립부 재질이 젤리이고 모드 전환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 이런 두께감 있는 젤리 소재는 제브라 에어피트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그보다는 말랑하고 얕은 느낌이 있다. 그래도 꽤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했다.
  • 쿠루토가 모드와 홀드 모드가 있는데 말 그대로 샤프심이 매번 돌지 않도록 끄는 모드가 추가되었다. 자주 사용할 지 모르지만 옵션이 있으면 좋으니까.

이번 학기엔 다시 수업 노트를 수첩과 펜으로 하기로 했다. 다들 아이패드랑 랩탑으로 하던데 지난 두 학기를 그렇게 해봤더니 도저히 나랑은 맞지 않은 것 같다. 검색이 가능하고 많은 노트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건 장점이긴 하지만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기분에다가 후다닥 스킴해서 본다거나 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특히 몇 페이지 오른쪽 아래에 있다 이런 멘탈 모델이 잘 안생겨서 리뷰에 더 시간이 많이 드는 기분도 들고. 지난 학기엔 안그래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너무 많은 변화를 한번에 추구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새로운 샤프 펜슬 사는 것에 또 지나치게 의미부여 하고 있는 나. 이번 학기도 즐겁게 해보자.

신인류 - 작가미정. 온스테이지 2.0.

Published on July 19, 2024

New Jeans - DITTO (guitar loop cover) by fifi bisnar

Published on June 21, 2024

올해 초 장인어른께서 야속하게도 소천하셨다.

장인어른은 정말 평생 일만 하셨다. 차량정비를 하셨는데, 주6일 출근하시고도 주말엔 교회 이웃들 차를 봐주셨다. 덕분에 주말엔 교회처럼 붐볐고 장인어른의 유일한 휴일도 출근한 날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수 십 년 일하셨으니까, 은퇴 후에는 좀 편히 쉬고 즐겁게 시간 보내시길 온가족이 바랐다. 여행도 다니시고, 맛있는 것 찾아 드시고, 은퇴하고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그런 은퇴를 꿈꿨다.

은퇴 직후에 암 진단을 받으셨었다. 장모님도 암으로 오래 투병하셨지만 이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지내고 계시니까, 우리도 모두 소망을 갖고서 치료를 이어갔다. 항암치료 후엔 경과가 좋을 때도 있고 하루 종일 누워계실 때도 있었다. 장기를 떼어 낸 이후에 투석도 시작했다. 점점 더 힘들어 하셨다. 음식도 도통 드시지 못했다.

우리 삶의 우선 순위도 당연히 달라졌다.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매주 한 두 차례 다녀왔다. 나도 모든 걸 다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회사도 정리했고, 마지막 순간에는 학업도 잠시 미뤘다. 마음이 복잡했다. 내 일상을 잠시 미루는 것이 다시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을 놓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가 보일 때마다 모두가 기뻐했다. 잠시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병원에 입원하셨고, 기쁜 날보다 눈물 고이는 날이 점점 많아지다가, 더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집으로 모셨다. 그러고 얼마 지난 후에 집에서 눈을 감으셨다.

추모예배는 장모님 다니시던 교회에서 해주셨다. 장모님은 본당에서 하면 큰 공간에 너무 빈 자리가 많을까 걱정하셨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아픔 없는 하늘나라 가셨으니까, 우리도 다시 만날 날 기약하자는 말씀이 유난히 모난 돌처럼 느껴졌다. 신앙인으로 당연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순간들이 왈칵 쏟아졌다.

장인어른은 처제네가 있는 텍사스로 모셨다. 미국식이라서, 하관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 시간이 있었다. 한동안 아프고 힘든 모습만 봐서 그런지 평온한 모습이 낯설었다. 처제네 친정과 함께 말씀과 기도를 나누며 하관식을 마무리했다. 그러고서 모두 밥먹으러 근처 순두부집을 갔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뭐가 그리 급하셨나 화도 나고, 본인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뭘 원망하나, 하는 앞뒤 없이 복잡한 생각 속에서 하얀 순두부를 떠 먹었다.

나조차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장인어른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울다가 자는 날도 많았다. 아내나 처제나 장모님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좀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말고는 감정을 추스릴 방법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났고 조금은 나아졌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가슴이 죄어오는 기분이 들지만, 괜찮아지겠지. 민경씨는 회사에 바빴고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장모님은 처제네와 우리집을 오가며 계시다가 처제네 둘째 출산으로 당분간은 거기서 지내시기로 했다.

이 어려운 순간에도 고마운 손길이 많았다. 힘든 시간 위로해주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직도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은 멀거나 아니면 다시는 예전같아 질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괜찮을 거란 용기를 얻어간다. 우린 서로가 있고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 이웃이든 가족이든.

Father’s day라서 장인어른 보러 가는 길이다. 매년 숯불에 갈비 구웠었는데, 거기서도 좋아하시는 것 잘 드시고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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