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프로필 사진을 실제 사진을 쓰고 바이오에 나를 잘 요약해서 적어놨다 하더라도 현실의 나와 약간은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의 몰락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갈아탔기 때문에 싸이월드에서 누렸던, 강력할 정도로 폐쇄적이던 관계가 그대로 페이스북으로 이식되어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는 중고교 동문부터 대학 동기, 군대시절 사람들, 모교회, 호주교회 사람들 심지어는 부모님까지 등록되어 있다. 내가 속한 모든 관계의 마스터키가 페이스북이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사용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다행인지 페이스북은 등록된 사람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그룹 등 약간 부지런하게 손을 움직여 친구들을 분류하면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몇가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등 등 양질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는 감사해야 하지만 근래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에는 솔직히 불만을 토로하고 싶다. 바로 내 활동 현황이 친구의 News Feed에 업데이트 되는 부분이다. 요즘 페이스북이 최악인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페이스북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News Feed에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의 활동 내역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좋게 생각하면 친구들이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있어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고 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건 기존 News Feed와는 전혀 다른 속성의 기능이 되어버렸다. 기존의 News Feed에서는 작성자가 스스로 공유하고 싶은 것을 남기고 구독자가 보고 싶은 사람의 글을 볼수도, 보지 않도록 가릴수도 있는 Feed였다.
반면 새로운 News Feed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모든 내용이 친구에게 공유가 되는 상황이다. 이로써 ‘좋아요’ 기능이 기존에 가지던 입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좋아요’는 단지 ‘추천’이 아니라 ‘추천&재발행’ 버튼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좋아요’ 뿐만 아니라 덧글을 남기게 되어도 해당 글이 다른 사람의 Feed에 노출되게 된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재발행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야한 동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섬뜩한 사진과 함께 1 like = 1 dollar 라는 내용이 있다고 그저 좋아요를 누를 뿐이다. 이건 재앙이다.
물론 이 기능을 끌 수는 있다. 문제는 이 제어권이 작성자와 구독자 모두에게 있어야 하는데 작성자에게는 그런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독자가 몇번이고 클릭을 눌러서 개개의 설정을 변경해줘야만 기능을 끌 수 있다. 그래서 작성자가 구독자에게 “저는 제 활동을 당신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 그 옵션을 꺼주세요. 이렇게 이렇게 끄면 됩니다.” 라는 글도 지속적으로 공유가 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희생해서라도 News Feed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광고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News Feed에 슬며시 광고를 끼워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기존의 Feed에는 광고를 넣으면 광고인게 바로 들통날거란걸 알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니까 여기까지만 쓰고.) 여튼 News Feed의 기능을 광고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개선한게 맞다면 정말 실망스럽다. 물론 이런 작은 기능 하나에 좌지우지될 회사는 아니긴 하지만… 기업이 커질 때 조심해야 하는건 이런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주나 투자자가 아님에도 페이스북에 가지고 있는 기대가 큰 편이다. 페이스북은 마크 주커버그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 SNS가 아닌 SWU(Social Web Utility)를 꿈꾸고 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인터뷰를 봤을 때 이전에 인상깊게 봤던 <섬머워즈>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섬머워즈>에서 구현된 OZ라는 공간을 페이스북이 만들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은 먼 얘기인가보다. 소셜그래프나 티커 기능도 중요하고 그에 따른 업데이트인 것도 십분 이해해줄 순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사용자 경험을 뒤흔드는 이와 같은 업데이트는 좀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서비스 제공자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는가를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게다가 무료 서비스인데도 욕먹으면 슬프니까.)
덧붙이자면 끔찍한 사진에 1 like = 1 pray가 가장 잔인한 글이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건 사람이라면 당연하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 페이스북 첫 페이지에 그런 사진이 올라와 있는걸 일주일에 두세번씩 봐야 하는 것은 당연히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뜬금없이 이런 장문의 포스트가 나온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