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라고 말하기엔 그냥 이렇게 살았더라 정도가 되는 것 같아서, 회고 대신 업데이트로 제목을 붙였다.

2022년은 생각보다 더 바빴다. 아무래도 변화가 많은 해가 될 예정이라서 굵직한 계획만 있었지 세세한 일은 여유를 갖기로 마음 먹었었다. 전반에 보냈던 시간을 지금 생각하면 후반은 얼마나 치열하고 정신 없었는지, 다음 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차분한 마음 갖기가 쉽지 않다. 결과만 보면 모든 일을 잘 해냈지만 여전히 내 자신을 돌보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늘 여행으로 올 때마다 살고 싶은 동네라고 노래하던 샌디에고에 이렇게 와서 살게 되었다. 학업과 업무 사이에서 아직 제대로 적응 못하고 정신없이 치여 지내고 있다. 새로운 학교에서 겪는 좋은 학습 환경과 인프라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완전 리모트로 근무하고 있는 현재 회사 이야기도, 그 외 두루두루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차분하게 앉아서 글을 적을 여유가 이렇게도 없다. 난 글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그래야 하는 사람인데 글을 못쓰니까 더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버린 것만 같아 아쉽다.

일정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되는 삶을 사는 것이 2023년 목표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자꾸 앞서서 괴롭힐 때가 자주 있었다. 2023년에는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나와 결별하고, 칭찬과 응원 더하는 나 자신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수많은 도움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게 된다. 정신없고 바쁘던 과정에서 잠깐 떨어져서 지내기도 했어야 했던 민경 씨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슬쩍 회고를 안쓰고 넘어가려는 맘도 있었는데 그래도 써야 한다고, 짧게라도 이렇게 글을 쓰니까 생각이 확실히 정돈되는 느낌이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이렇게 감사할 일의 연속이다.

2023년에는 현재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별 탈 없이 즐겁고 평안했으면 좋겠다.

월별 있던 일

  • 1~2월: 편입 서류 지원, 결과를 기다리는 삶. 빠듯하게 들은 수업 덕분에 한 학기 여유가 생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 3~4월: 뒷마당 조경 공사, 트럼펫 연습
  • 5월: 커뮤니티 컬리지 졸업
  • 6월: 취업, 리모트로 업무 시작.
  • 7~9월: 일, 샌디에고 이사 준비 및 이사.
  • 10월: 편입한 학교에서 첫 학기 시작. 토이 프로젝트로 안드로이드 런처 만들기도 진행.
  • 11~12월: 바쁜 삶으로 2022년 마무리. 쿼터제로 운영되는 학교라서 학기가 훨씬 정신 없이 지나갔고 이제 좀 정신 차리니 1월 중순이 되어버렸다.

새로 만난 기기

  • Gaggia Classic Pro: 정말 오랜 기간 노래를 부르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드디어 구입했다. 정말 매일 사용하다시피 하는데 가끔 커피에 밤잠 설치는 날도 생겼다. 기계도, 그라인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원두였다!
  • Apple AirPods (3세대): 선물로 받았다. 무선이 이렇게 좋구나 🎵
  • Amazon All-new Kindle (2022): 기존에 갖고 있던 1세대 페이퍼화이트를 반납하고 할인 받아 교체했다. 정말 가볍고 작아서 어디 다녀도 꼭 들고 다닌다. 읽을/읽고 싶은 책은 늘 많은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 Amazon Fire HD 8 Plus (2020):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으로 구입했고 집에서 미디어 소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시계로 사용되고 있다.

수집한 메모들

글을 많이 쓰지도 못하고 읽는 것도 많지 않았던 해지만 작게라도 읽고 정리하는 일은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 때때로 다른 감정에서 남겨둔 메모라 서로 상충하기도 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줄글을 여기에 붙여둔다.

그림이든, 운동이든, 산책이든, 노래부르기든, 춤추기든. 잘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장인이 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살려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 너무 참고 절제해도 좋지 않아. 너의 두뇌를 위해서

케이크 한 조각을 서로 아끼며 잘라 먹다 보니 어찌어찌 버텨지고, 버텨지니까 열정이 생기고 노력을 하는 거예요. 케이크 한 조각 놓고 쪼개 먹는 건 그만하고 홀케이크 굽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많은 업계에 그 연습이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 문명특급 홍민지 PD 인터뷰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입니다. — 미래를 예견하기

좋지 않은 프로그래머는 “코드”에 대해 걱정하고 좋은 프로그래머는 “데이터 구조”와 그것들의 관계를 걱정한다. — 리누스 토발즈가 말하는 좋은 프로그래머

좋은 PR을 만드는 건 결국 좋은 리뷰입니다. —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배운 코드리뷰

일을 하다보면 뭔가 적당히 이야기 되지 않고 어딘가에 찝찝함이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찝찝함을 명쾌하게 가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게 정말 힘들거든요. 이런 부분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그때 저는 제가 성장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무엇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사람

프로그래밍 언어를 둘러싼 종교들에 빠지지 말고, 언어의 참 목적은 재밌는 일을 하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 오랜 프로그래머로부터의 조언

사람이 자신을 연민하기 시작하면 어른의 성장이 더뎌져요. 그 시절은 끝났고 저는 거기서 나왔어요. 현재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때를 복구하는 삶밖에 되지 않고 어린 시절의 손해를 어른이 갚아야 해요. — 정지음 작가의 위로법

대충 1일 1시간은 공부해야 일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2시간은 써야 현재 트렌드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할 수 있고, 3시간은 써야 남들이 안하는 창의적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주 두리뭉실하게 하는 얘기. — 어엉부엉님 트윗

어떤 분야에서 깊이를 가져 본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던져져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답을 찾아내고,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포착하기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전히 진로고민 :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Skepticism should also apply to yourself. You are also fallible, and you should acknowledge this. Be your number one critic. Spotting your mistakes first is extremely beneficial for your personal growth, and it also gives others less chance to criticise you. — Lessons Learned After 20 Years of Software Engineering

고개 쳐박고 오랫동안 공부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자기객관화, 인정, 수용적인 태도가 깔려있어야 비로소 성장할 준비가 된다.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않으면 그 끝은 도태됨이다. — minieetea님 트윗

자아와 자기인식은 많은 문제를 낳으며 우리 삶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고 불행하게 만듭니다. 자기 생각 자체를 줄여야 해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할 때만 하는 겁니다. — 나는 왜 내가 힘들까

기술의 너머와 선택의 이유에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위해 코드를 써내려가고 있는지 잊지 않기. 나를 위해 정리하고 기록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ㅡ 듣되 맹신 않기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 재능과 반복

조급함을 다스리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간 찬찬히 빛을 발할 거라는 믿음과 중심을 잃지 말고, 내 커리어랑 인생을 길-게 보자. 오늘 내일하고 그만 둘 거 아니니까. — 네트워킹, 커피 챗 중 가장 자주 들었던 조언들

정말 바쁘게 2021년을 보냈다. 수업 하나가 정말 힘들었는데 기말까지 다 끝내고 나서도 점수 걱정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1월이야 돼서야 해가 지나간 것이 조금씩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일이 많았고 심적으로 쉽지 않았던 해였지만 잘 끝낸 것에 감사하다.

학업

  • 커뮤니티 컬리지 3학기 (봄, 여름, 가을) 수강
    • 가을 학기가 이 학교에서 마지막 학기였다. 2019년 가을부터 총 95유닛을 수강했다.
    • 이제 편입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지원이 다 끝난 것 아니라서 당분간 편입 서류에 바쁠 예정이다.
    • 마지막까지 높은 GPA를 유지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편입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음 좋겠다.
    • IGETC를 마무리했다! (CS, Math, Physics AS-T)
  • 온라인/하이브리드 수업
    • 벌써 온라인으로 전환된지 2년차인데 이번 가을 학기는 하이브리드로 일부 출석 수업이 있었다. 학교 나가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 모두 잘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냥 유튜브 링크만 올려주는 수업도 있었다. 점수를 잘받는 것과 무언가를 배워 가는 것 사이에서의 괴리.
  • 수학이랑 물리에서 재미 찾기
    • 과목이 재밌다고 느끼는건 결국 어떻게 가르치냐 너무 중요한 것 같다.
    • 봄학기엔 수학 너무 힘들었고 가을학기엔 물리가 참 힘들었다.

프로젝트

  • 웹사이트 수정
    • 이번엔 이론 수업이 많아서 학기 내에 코드를 작성할 일이 거의 없었다. 뭔가 프로젝트로 만들기에는 들어야 할 수업과 과제가 쏟아지는데 잠깐 코드를 할 만한 그런건 결국 웹사이트 만지는 정도.
    •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 타이머 업데이트
    • 학기가 끝나고 나서 타이머를 업데이트했다. 그동안 라이브러리가 많이 달라진 탓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 이제 앞으로 방향을 어떻게 잡고 기능을 추가할지 고민하고 있다.

여행

  • 시애틀
    • 코비드 걱정이 커서 여행은 커녕 외출도 잘 안하고 있었는데 민경씨와 나 둘 다 너무 스트레스 받고 있어서 짧게나마 시애틀을 다녀왔다.
    • 비가 연중 내리지 않는 동네에 살아서 여행 내내 비도 오고 그랬지만 너무 좋았다.
    • 기대한 것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던 동네.
    • 커피 맛있었다. 지나치게 많은 카페인을 섭취했지만 여행이니까 괜찮다고 서로 얘기하면서 또 커피를 마셨다.
    • 반가운 사람들 봐서 좋았다. 처음 봐도 오래 본 것 같은 기분.
    • UW도 둘러봤다. 너무 이쁜 캠퍼스, 분위기에 반했다.
  • 텍사스
    • 처제네 방문이 잦아져서 텍사스는 자주 가게 되었다.
    • 매일 조카 크는 것 보는 재미에 온 가족이 즐거워하고 있다.
    • UT Austin도 둘러봤다. 도서관이 인상적이었다.

건강

  • 염증으로 치아 제거 및 임플란트
    • 갑자기 얼굴이 2배가 될 만큼 부어올라서 급하게 ER을 가게 되었다.
    • 발치 이후에도 밥도 잘 못먹을 정도로 아파서 몇주 고생했다.
    • 민경씨가 이 시기에 특히 고생해서 많이 미안했다.
  • 코비드 백신 3차까지
    • 백신 맞았지만 여전히 외출은 자제하고 있다.
  • 운동 거의 못함
    • 연초에는 저스트 댄스 부지런히 했는데
    •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스트레스에 더 무력했던 것 같다.
  • 새 양치 방법
    • 박창진 치과의사님 영상을 본 이후로 양치 방법도 바꾸고 치간칫솔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 여기에 이걸 왜 적냐면... 대만족해서 그렇습니다.

취미

  • 목공
    • 이사를 갈 가능성이 높아져서 짐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 더 만들지 않고 있다.
  • 트럼펫
    • 처음에는 전혀 소리도 나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결국 꾸준하게 연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 레슨은 온라인으로 두 차례 정도 가졌는데 연습 루틴을 짜고 그 루틴 따라서 연습하고 있다.
    • 롱톤, 롱톤, 롱톤. 모든 관악기의 운명일까.
  • 식물 키우기
    • 식물 잘 죽이는 편이라서... 쉽게 잘 자라는 애들만 키우고 있다.
    • 스트레스 받는다고 트윗멍하면 스트레스 더 받는 얘기가 많아서. 학기 중에 식물멍 하는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 사진
    • 예전에 비해 피사체가 많이 달라졌다. 2021년엔 가족행사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 그동안 큰 렌즈를 쓸 일 없어서 안샀는데 행사용으로 Sigma 35mm 장만하고 조명킷도 마련하게 되었다.
    • 봄학기에 사진 수업을 들어서 Canon AE-1 구입했다. 전자식이라서 베터리가 필수지만 그래도 갖고 있던 FD 렌즈를 다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일상에서 간단하게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기 위해 Sony a5000 구입했다.
    • a7r2는 아무래도 부피가 커서 그냥 가방에 넣어놓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폰으로 찍자니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아서...
    • 소니 렌즈를 다 활용할 수 있는 기종 중 저렴해서 막 쓰기 좋은 기종을 고민하다가 결정했는데 만족스럽다.

감정

  • 학업 스트레스가 컸음
    • 봄학기도 가을학기에도 수업 하나씩 정말 괴롭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 편입 경쟁률 높은 학과 들어가려면 내가 쓸 수 있는 전략이야 점수 높게 받는 것 외에는 크게 없는 것 같았다.
      • 자연스럽게 점수 하나에 일희일비 하게 되었는데. 여유가 없어서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 현업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공부를 하는게 맞나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기분은 정말 괴롭다.
    • 당면한 수업과 과제가 내 진로와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과 내가 기대하는 것과의 괴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컸다.
      • 내가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일까.
  • 조각모음
    • 회고 사이클을 짧게 해서 방향을 계속 바로잡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 생각보다 매월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 일상은 반복되는 구석이 많아서 쓸 내용이 고민이었다.
      • 아무래도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수업 듣고 과제 몇 차례 하면 한 달은 금방이었다.
    • 써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그 조금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2, 3달 몰아서 하기도 했다.
    • 연말엔 편입 서류 준비와 수업에 정신 없이 보내서 적지 못했는데 아쉽다.
    • 2달마다 하면 적당할 것 같은데 양식을 더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수첩 사용
    • 플래너도 쓰고 앱도 쓰고 그랬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수첩 하나에 모든 것 적고 관리하기로 마음 먹고 시작했다.
    • 무선 노트라서 내가 쓰는 것이 양식이 되서 편했다. 필요하면 더하고 안쓰면 빼고. 물론 매번 양식을 적는 일은 귀찮다.
    • 색인이 어렵지만 스티커 탭 붙이면 별 문제 없었다.
    • 그동안 모든 기록을 앱이나 컴퓨터에 했는데 종이에 적는건 무엇보다도 양식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고 만족스럽다.
    • 다른 장점은 폰을 멀리 둬도 문제 없다는 점. 사소한 것 확인한다고 폰을 켜면 유혹이 너무 많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게으름 부릴 틈을 안주는 것도 할 일 먼저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차라리 제대로 쉴 때 보는게 낫다. 중간 중간 단순한 충동으로 나중에 봐도 상관 없는 것 찾아보는 일, 별로 쉼도 안되고 건강하지 못한 행동 같아서.

고민

학교에 등록하는 순간부터 한 고민인데 수첩에 적어놓고 항상 생각했던 질문이다.

  • 아래 항목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가?
    • 지금 하는 일 (하고 있는 공부, 시간 사용하고 있는 일)
    • 가까운 미래에 하는/할 일 (취미, 직업, 활동)
    •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상태/상황 (가정, 성취, 직함, 명성/명예)

어느 하나에 매몰되어 다른 항목에서 균형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이 너무 중요하다. 이 질문으로 계속 돌아갈 수 밖에 없던건 깨진 균형을 자꾸 보게 된 탓이 크다. 새해에는 무너지지 않기로.

2022년 목표

  • 심적 여유 찾기: 조급함 내려놓고 고민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삶 살자. 긍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자.
  • 책읽기: 반려자님과 독서 계획을 세웠다. 저녁에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 걱정하던 차였는데 함께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운동: 올해는 꾸준히 습관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애플 워치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 여름학기를 가득 들은 덕분에 편입 전 한 학기를 벌었다. 이 기간에 무엇을 할지 오래 고민했는데 결국 그 시간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일을 구해서 하고 여행도 가고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코비드에 바쁜 삶 살다보니. 이번 달에 좀 주변 정리와 함께 결정하고 싶다.
  • 월간 조각모음을 좀 더 잘 해보고 싶다. 올해도 매월 밀리지 않고 했으면 좋겠다.
  • 수첩에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 생각 없이 인터넷, 소셜 들여보는 시간을 좀 줄이는 것으로 이어졌음 좋겠다.

계획을 세세하게 정하고 싶지만 아직 학기 후에 밀려오는 감정적 소요가 커서 좀 여유를 갖기로 했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편입 결과에 따라 다음 회고는 어디서 쓰게 될지 달라질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로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그간 공부한 자료를 스토리지 박스에 넣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작은 일이 그사이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은 평탄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부족함을 더 확인했던 시간, 거기에 따라오던 수많은 상념도 담아서 보내버린다, 보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작은 의식을 치른다. 박스가 엄청 무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들리진 않는다. 그래도 뭘 하긴 했구나.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1년을 긴 학기 둘, 짧은 학기 하나로 보내면 내가 여기에서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 맞나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남 생각 안 하고 내 삶만 보자, 내 성장만 보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생각하자면서도 어느 사이에 주변을 보고서는 나 자신을 평가하기 바빠진다. 잠깐 기분 전환한다고 소셜 미디어에 가까워질 때마다 결국 이런 비교와 평가가 나를 갉아먹는다.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과 빼앗아가는 것을 늘 저울질하면서, 로그아웃, 로그인, 로그아웃. 이런 지난한 싸움이 매일 로그인 화면 앞에서 반복된다.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된 수많은 도구와의 싸움은 지루하게 끝이 나질 않는다. 어찌 됐든 자신을 깎는 고민을 안 하려면 결국 지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집중하는 것 말고는 큰 대안이 없다. 그런데도 왜 문제의 답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나는 왜 그 답에 쉽게 설득되지 않을까. 꼭 멀리에서 들리는 큰 목소리만 답처럼 들리는 것일까. 아는 답을 듣기 위해서 또 로그인, 로그아웃.

이번에도 얇은 플래너 하나로 학기를 보냈다. 마음에 드는 적당한 규격과 양식의 플래너를 찾지 못했다. 연초에 한국서 큰마음 먹고 사 온 플래너도 결국 흐지부지됐다. 작년에 간단하게 만들었던 서식을 또 출력해서 작은 플래너를 만들었다. 내가 과목마다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학기 초에는 플래너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학기가 절반쯤 지나면 플래너는 체크리스트 역할만 정도지 무슨 요일엔 수학이랑 물리, 무슨 요일에는 무엇, 대략적인 감각이 생기는데 그렇게 루틴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몰입을 돕는 것 같다. 주제에 흥미가 더 붙고 더 알고 싶어졌다. 가끔 달라지는 일정을 플래너에 적고 시간을 조정하다 보면 모든 걸 다 끝낸 것도 아닌데 만족감이 든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도 적고 적당히 유연한 서식도 한몫한다. 플래너에 적으면 어떻게든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단순한 시스템을 갖추고 유지하는 일은 코드 밖에서도 적용된다. 끝난 일은 색칠하고, 못 한 일은 긋고 옮긴다. 그렇게 날마다 펼쳐두던 플래너를 접어서 박스에 같이 넣으면 보람찬 기분과 함께 약간은 헛헛한 기분도 든다.

일상과는 거리가 먼 2020년이고 매일 현실감 없는 뉴스에 절망감을 느낀다. 주변은 건강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이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일 올라가는 숫자들에 마음이 아리다. 복잡한 세상에 비춰보면 일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납작하고 단편적으로 변했다. 불안한 마음에 장 보러 가는 일을 최소로 줄였고 외식하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고 살다가도 운전하다가 창밖으로 마스크를 안 쓸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흔드는 모습을 보고는 망연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전쟁을 치르는 이 땅의 모습은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다. 나는 이런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그런 욕심 내지는 바람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와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서 효능감이 높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 만족도가 높았었고 공부를 계속 미루던 이유에도 한몫했었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도.)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수업 잘 듣고 과제 잘해서 지적 성장을 도모하고 그 와중에 학점도 잘 챙기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효능감을 느끼는 영역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되려 괜찮은 점수를 받아도 조금 부족하거나 실수한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편이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받는다는 점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거의 잊다시피 하고 지내고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다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어릴 때도 늘 하루걸러 코피가 나고 그랬는데 인제야 이게 스트레스 지표나 마찬가지였구나, 깨달았다.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시간을 쓰고, 코피가 나서 그걸 막고 있다 보면 자괴감 비슷한 것이 밀려와서 심란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이 길을 어떻게든 걸어야 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든 매몰되지 않도록 눈을 가리고 가볍게 지나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어렵다. 3학기가 지나고 나니 나름 시스템이 생겼는지 대략 어떻게 준비하고 공부하면 되는지 감각이 생겼다. 그리고 큰 덩어리를 잘게 쪼개서 조금씩 해결하고 성취에 기뻐하고 작은 보상을 계속 준비하는 것만 어려움을 덜어내는 방법인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고 듣기도 많이 들었지만 겪고 체득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란 걸 또 배우게 되었다.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연습을 통해 근육을 쌓아야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것. 부지런히 근육을 만들어야겠다.

비주얼 타이머는 방학이 될 때마다 작더라도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 만들고 나서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서 기대보다 낮은 성장에 실망했는데 시간이 지나 약간 거리를 두고 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이 프로젝트도 조금 더 관망할 수 있어서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졌다.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사용하는 분도 꽤 있고 앱이 좋다며 장문의 리뷰와 피드백을 보내주는 분도 있다. 내게는 직장 생활 당시의 감각을 깨워주는 느낌도 있는 데다 내가 원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줍는다. 후원으로 받은 소중한 돈으로 내년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도 지출했다. 처음 계획했던 범위에서는 앱을 다 만들었기 때문에 무얼 어떻게 개선할지 방향이 고민이다. 안드로이드로도 출시해보고 싶어서 코틀린 강의도 틈틈이 봤는데 다음 업데이트에 안드로이드도 포함되면 좋겠다.

연초에 목표로 했던 것을 적어보면,

  • 책 읽기: 거의 꽝 (< 5권), 대신에 읽기 과제가 많은 수업을 여럿 들었으니까...
  • 운동량 늘리기: 꽝. 애플워치가 생긴 이후로 조금 하긴 했지만.
  • 회고 주기적으로 하기: 꽝. 과제에 치여서 글을 거의 못 씀.
  • 시간 관리하기: 조금 성공. 조금은 더 철저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내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학교에서 씨름하고 있을 예정이다. 수업도 좀 더 어려워질 예정이고 시간도 많이 쓸 일이 생겨서 긴장되지만 지금 해온 것만큼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도 빨리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운동이나 글 쓰기, 책 읽기는 매년 목표지만 이번에도 또 다이어리 앞 장에 적어본다. 가족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은 판데믹 탓에 많아졌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된 수업이 대중없이 시간을 쓰게 만들어서 몸만 같이 있고 정신은 저 멀리 떠나있던 적도 많았다. 밖에서는 추억을 만들기 어렵더라도 집에서 무엇이든 재미있는 일을 더 꾸며봐야겠다. 제주에 있는 가족들도 많이 보고 싶지만 한국에는 언제 가게 될지 몰라서 좀 아쉽다.

올해도 수고가 많았다. Stop and smell the roses 🌹🌹🌹.

비행기가 터뷸런스에 요동친다. 2년 반 만에 가는 한국행인데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서 자신 없는 회고를 쓴다. 예전에는 자신 있게 이런 이런 삶을 살았다고 회고도 힘차게 적어갈 수 있었는데 올해는 좀 자신이 없다. 잘한 일도 있고 못 한 일도 있었다. 좋았던 일과 잘한 일에 감사하고 아쉬운 점을 반성하고 내년에는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았던 일

올해 학교에 등록해서 첫 학기를 보냈다. 영어로 듣는 수업은 처음이라 걱정이 컸다. 학기 내내 잘 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가 고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 작문 수업에서 누구보다도 유창한 언변으로 의견 내는 학생이라든지, 캘큘러스에서 교수님께 진도 나가지 않은 내용을 질문한다든지, 기초 스페인어에서 교수님과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학생이라든지,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대상이 너무 많아서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다행히 경제 수업엔 그런 학생은 없었고 고등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도 있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의외로 힘이 되는 수업이었다. 캘큘러스는 수리용어를 영어로 잘 몰라서 다른 애들이 하는 질문을 몰래 적어두고는 집에 와서 찾아보기도 했다. 영어 에세이 쓰는 데 정말 오래도록 고민하고도 간신히 낼 때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난 늘 영어 작문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써서 낼 때마다 돌아오는 피드백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 고민과 자잘한 노력이 통했는지 다행히 괜찮은 성적으로 첫 학기를 마무리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잘 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티끌만큼 아는 기분이다.

첫 학기를 끝내고 나서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결정은 정말 잘 내렸다 싶었다. 물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긴 하겠지만 수업에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고, 학습 내용을 물어볼 교수님이 있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과제와 자료를 제공해주는 환경이 너무 행복하다. 학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전공자/비전공자 얘기 나올 때마다 들었는데 그런 얘기에 혼자 해보려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경험도, 그래서 스트레스받았던 일도 생각났다.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배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서 그런지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히려 제공되는 부분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 정도인데 다음 학기엔 더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필요를 느낀다. 아직 컴퓨터 관련 수업은 듣지 않았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타이머 앱을 출시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출시 이후에도 좋은 사용자도 만날 수 있었다. “앱을 만든다”는 말에 정말 많은 프로세스가 녹아 있었고 이 작은 앱을 만들고 알리는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앱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들며 생각했던 목표는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비용만큼 수익 만들기, 다운로드 1만 건이었다. 이번 2019년 12월 30일이 프로그램 만료였고 앱으로 만든 수익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앱에 쓴 시간만큼 외주했으면 훨씬 나은 사정이 되었겠지만... 내년에도 계속 다듬고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될 텐데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로 각자 바쁜 삶을 살다가도 저녁이면 함께 마주하고 음식도 만들고 시간도 보낸다는 그 삶 자체가 내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지금도 조급함과 불안감이 불쑥 나와서 나를 괴롭게 할 때가 간혹 있지만, 예전보다 많은 안정을 찾았다. 곁에서 보며, 함께 지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아내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아쉬운 점

운동을 완전 않았다. 매달 운동한다고 돈을 내지만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결국 연말에 해지했다.

기록을 별로 남기지 않았다. 트위터에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많이 뜸해졌다. 그래서 회고하려고 보니 은근 얼렁뚱땅 보낸 해처럼 느껴졌다. 더 많이 기록해서 반성과 개선의 주기를 만들자.

앱 만든다는 핑계로 오픈소스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이 거의 없었다. 시간을 좀 더 관리했더라면 이런저런 일을 더 할 수 있을 텐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큰 시차 탓인지 대화도 어려운 것 같고 감정을 오해하는 일도 잦은 것 같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쇄신이 필요하다!

내년엔,

  • 독서하기
  • 운동량 늘리기
  • 회고 주기적으로 하기
  • 시간 관리하기

매년 책을 더 읽고 싶다고 하지만 제대로 소화하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책은 계속 사면서도 몇 장 읽지 않고 침대 옆 책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든 일간 독서 할당량을 만들어서 읽어야겠다.

운동 부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식습관도 개선할 필요가 있고 살도 빼야 한다. 너무 뻔한 신년 계획인데 늘 여행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가면 체력 부족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다. 등산도 자주 가고 더 많이 걸어야겠다.

예전엔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도 글로 쓰고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과제와 시험 홍수에 빠져서 살다 보니 정말 앞에 놓인 일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 같다. 회고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짧게라도 주마다, 월마다 정리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이 노력에는 기록도 포함된다. 좀 부지런히 글로 남기고 읽고 복기하고 개선해야겠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좀 더 시간을 밀도 있게 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낭비한 시간도 적잖은 것 같다. 잦은 회고로 계획을 자주 리뷰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겠다.

나에게

누구보다도 내 편이어야 하는 내가 나를 공격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가장 아픈 부분만 골라서 찌른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에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음을 알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자.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자.


다음 학기는 랩도 있고 시간도 늦게 끝나는 수업이 있어서 저번 학기보다 더 체력 관리가 절실하다. 연계 과목이라 더 중요한 수업도 많은데 좀 더 차분하게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학기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가을 학기와 봄 학기 사이는 너무 짧다. 짧은 한국 방문이더라도 좋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다시 달려야겠다.

6년간의 호주 생활이 끝났다. 여전히 멜버른에서의 커피가 그립다. 어디서 마셔도 (공항 빼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멜버른은 맥심 커피믹스만 알던 내 커피 취향을 완전히 바꿨다. 매일 까다로운 날씨긴 하지만 항상 깨끗한 공기에, 사람들은 친절하고, 가까이에 맛있는 카페와 식당이 많았던 멜버른은 불쑥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도 미국으로 와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동안 밀린 숙제하듯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소소하게 영화도 보기도 하고 주말에 함께 교회 다녀오고 카페를 가기도 한다. 그 사이 가족도 한번 다녀가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정말 순식간에 연말이 왔다.

매년 성장에 대한 불안감과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같아 아쉽다. 단순히 기술과 지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갖추고 싶은데 이도 쉽지 않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작은 것에도 항상 감사하게 여겼는데 예전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 모습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지 못하다 보니 더 겉돌기만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그렇다.

Dwight typed Dwight repeatedly

올해 나는 무엇을 했지요

여전히 무슨 공부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방향을 쉽게 고르지 못하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 기간 동안 벗어나고 싶던 일을 계속한 탓에 경험적으로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싶다.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고 경험하고 도전해야 하는데 왜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지. 작년과 올해 내내 복잡한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래서 더는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될 상황에도 관성적으로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드는 것 같다. 이런 감정을 훌훌 털고 다시 부지런히 달리고 싶다.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또 그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예전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감사하는 과정에서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긍정적인 인식과 방향을 만드는 데서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외부의 변화를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가도 분명 중요하다. 새해에는 내 상황과 변화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로 무장하고 싶다.

그래도 든든한 아내가 곁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 짐을 나눠 들어줘서 고맙고, 동시에 미안하다. 아내 곁에서 아내의 강인함을 배운다. 새해에는 아내만큼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9년도 기대하고 감사함으로 달리자 💪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졌다. 그냥 먹고 지낸 이야기인데 다 쓰고 보니 두서없이 우울한 이야기가 많아서 올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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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는 가장 큰 변화가 있던 해였다. 나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민경 씨와 평생을 함께할 약속을 모두 앞에서 했다. 어떤 고민이라도 이 사람 앞에만 가져가면 금방이라도 해결할 자신감이 생기는데 일과 비자의 문제로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 아직은 함께 의논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다. 연초에는 이 일로 한국도 두 차례나 다녀와서 정신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가 가족 모두 새로운 만남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그사이에 서류 작업도 해야 했고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알게 모르게 많았다. 그런 탓에 이 일 외에는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호주에서도 서류 작업을 기다렸던 때에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이 잦았고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또 떠오른다. 어느 나라든 서류 절차에 앞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역시 평정심이다.

큰 변화를 기다리면서 올 한 해는 정말 새로운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고 기존에 하던 일에서도 착실함을 잃었었다. 그만큼 회고를 쓰자고 마음 먹었을 때 내 부끄러운 부분을 얼마나 들춰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내 삶을 부지런히 측정하지도 않았으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도 잘 나질 않았다. 한 해 동안 개발도 블로그도, 심지어 트위터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글을 쓰는 일에 거리감마저 생겨서 무엇 하나 적어둔 일이 별로 없었다. 항상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했지만, 어느 하나 행동으로 연결되는 일이 없었다. 이상한모임 활동에서도 이런 내 개인적인 상황이 자꾸 영향을 줘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자꾸 들어 피곤했다. 이런 기분이 시작부터 마지막 12월까지 들었고 슬랙을 포함한 커뮤니티 활동 모두 너무 힘들었다. 괴로운 나머지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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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오랜 기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새 회사로 옮기는 것으로 시작했고 대학에서 1년을 채웠다. 이전 글에서도 쓴 것처럼 대학 내 부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다양한 업무를 접하고 있다. 큰 기업에서의 프로세스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라 사소한 것 하나도 서류 작업부터 시작하는 일은 한 해 꼬박하고도 어색하다. 합류 후 할 예정이던 첫 프로젝트는 내 코드 리뷰 후 비지니스 분석과 괴리가 지나치게 큰 상태라고 진단했는데 이미 예산을 많이 쓴 상태라서 그대로 접혀버렸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엎은 후에 반년 가까이 business as usual 만 했다. 그래서 연초에 들어왔는데 9월이나 되어서야 첫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Business Analyst와 Project Manager를 두고 일해본 경험은 처음이었고 정말 이렇게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후반부에는 비지니스가 요구사항을 구현 이후에야 바꾸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모두를 답답하게 만들긴 했지만 11월 말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실제 사용자에게 상당히 좋은 피드백도 받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존 프로덕트에서의 사용성과 성능 문제를 대폭 해소한 덕분에 내년 로드맵에는 상용화에 대한 디스커버리 프로젝트도 잡혔다.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었지만, 이 과정 자체에서는 비지니스 탓에 스트레스가 좀 있어서 마냥 좋지만은 않은, 그런 복잡한 감정의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중간에 대규모 조직개편이 있어서 팀이 변경되었고 기존에 있던 많은 사람이 일을 정리했다. 나야 컨트랙터로 일하고 있으니 이런 정치적인 문제에 휩쓸릴 필요는 없긴 했지만 사람 일이 그렇게 영향 안 받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개편 이후에 소속된 팀에서는 전에서의 팀과는 다르게 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같은 스택으로 일하던 사람도 그만둬버려서 PHP 개발자로는 유일하다. 모두가 자바 얘기하는데 혼자만 PHP하고 있으니 알게 모르게 소외감 같은 게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팀 바뀌고 나서야 알았는데 PHP는 미니 앱이라며 FTP로 배포하라 해놓곤 자기네는 젠킨스고 뭐고 리소스 펑펑 쓰고 있어서 분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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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당시에는 프론트엔드가 75%고 25%는 PHP를 하게 될 것이라 했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얼마 전 끝낸 그 프로젝트에서는 그래도 ng1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내에서 프론트엔드 비중이 상당히 낮아서 요즘 버전으로 올리려는데도 말이 많았다. 말 많은 건 안 좋은 신호다. 일단 ng1도 제대로 된 코드로 작성되어 있지 않아 ng1 레퍼런스 프로젝트를 만든다 생각하고 개발했었다. 그런데 내년 초까지 하게 될 프로젝트는 순수하게 PHP인 데다 흔히 PHP로는 만들지 않는 그런 도구라서 별로 맡고 싶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다른 개발자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했을 텐데 나 혼자만 남았으니 다 떠안게 된 케이스다. 이렇게 쓰고 나면 그냥 이직하면 되는 시점이긴 한데 이 프로젝트를 12월에 맡게 되었다. 방학이 시작되니 학교엔 사람 없고 사무실엔 대부분 휴가를 떠나 절반만 있고 나머지도 긴 긴 점심 먹으러 사라졌다. 업무를 물어볼 사람도, 그만둔다 만다 얘기할 사람까지도 다 휴가를 갔다. 12월은 없는 달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여기서 평생 다닐 생각이라면 (그게 목표라면) 정말 좋은 회사다. 성장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고 최우선 고객은 대학이니 별로 경쟁도 없다. 가끔하는 구조조정에만 버텨내면, 즉 관리자 포지션으로 올라가지만 않는다면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15년, 20년 다닌 사람도 많은 것 보면 왠지 이해가 되는 환경이다. 게다가 학교는 다양한 시스템이 얽혀 있어서 도메인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하더라. 게다가 수십 년의 데이터도 누적되어야 하기 때문에 끝없는 마이그레이션과 인티그레이션이 필요한 곳이라 한번 필수 인력이 되면 정말 나갈 일이 없다. 자체 데이터 센터에 모든 아카데믹 스태프의 이메일 아카이브만 몇 페타 저장되어 있단다. 쉽게 보일지 몰라도 그간 아이덴디티 체계도 여러 번 변경되었고 이메일 서버의 아키텍처도 여러 차례 변경되었으니 쉽게 열어볼 수 없는 그런 아카이브인데 근 몇 년 데이터에 대해서만 o365로 접근 가능한 상태란다. 이런 역사를 모르면 영영 알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난 구조조정에서 패키지 받고 우르르 나간 탓에 업무 공백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런 배경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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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다니던 회사는 하루에도 여러 웹사이트/웹서비스를 봐야 할 정도로 바쁘고 CS도 직간접적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정말 바빴었다. 그래서 다음에 일하고 싶었던 곳은 웹서비스를 운영하는 그런 회사였다, 여기는 생각하던 그런 서비스 회사는 아니지만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말 크게 배우고 있다. 이런 대규모의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입한 수많은 프로세스도 이해가 간다. 매번 서류에 치이고 있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수많은 이해 관계 속에서 어떻게 비지니스를 끌고 나가는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수많은 stakeholder를 두고 business engaging을 하고,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프로젝트로 꾸리는 거하며, 서비스 제공자인 비지니스 입장에서 개발하다가도 노조와의 협약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부분들(새로운 기능은 물론 새로운 버튼을 넣는 것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데), 그 와중에도 프로토타이핑으로 요구사항과 프로덕트의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이라든지, 최종 사용자를 모셔놓고 사용자 경험이 어떤지 테스트를 하는 등의 작업은 짧은 호흡의 회사에서는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긴 스코프로 일을 하다 보니 버퍼로 주는 시간도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대학이니 자유롭게 도서관도 사용할 수 있고 논문도 열람할 수 있었다. 궁금한 부분은 구글링으로도 해소할 수 있지만, 아카데믹 자료를 아무 때나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다. 대학에 학적 있을 때는 논문 검색을 몇 번이나 이용했나 싶었는데 역시 필요가 앞서야 한다. 게다가 논문이란 단어가 주는 벽이 좀 허물어졌다. 블로그에나 쓸 만한 글을 논문으로 낸 경우도 많이 봤는데 리뷰가 된 글이라 그런지 몰라도 하나를 읽어도 이건 이렇구나, 저건 저렇구나 이해하기 좋았다. 그렇게 읽고 PoC도 짜보고 하면서 버퍼를 나름 알차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직할 생각이 문득 들어서 연락도 여럿 해보고 인터뷰도 봤다. 하지만 오래 다니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 이직할 동인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도 않았던 데다가 다른 스택으로 알아보다 보니 아무래도 지금 받는 것보다 적었다. 그리고 학교 다니면 어떤 스택으로 더 하고 싶을지 모르는데 지금 덜컥 다른 경력 만들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학비를 모은다고 생각하면 많이 받는 곳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별로 건강하지 못한 결정을 한 것 같다.

그렇게 회사에서 바쁘게 페이퍼나 서류 읽고 미팅 갔다 서류하고 코딩 조금 하면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고는 저녁 차려 먹고 넷플릭스 몇 편 보고 게임(Dota 2랑 인서전시) 한두 판 하면 잘 시간이 되었다.

지난해 낸 역서는 번역이 엉망이란 피드백을 몇 차례 들으니 출판사에도 죄송하고 원저자에게도, 구입한 분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런 탓에 번역 자체도 잘 안하게 되어 번역글도 별로 올리지 않았다. 블로그에도 뭐라고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해서 아무런 글을 올리지 못했다. 분기 회고를 쓰고 좀 열심히 해봐야지 했는데 하나도 하질 않았다. 페이스북에도 글을 거의 안 올렸고 트위터에도 별로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새로운 글도 책도 안 읽었다. 공부도 안했다. 리액트도 보겠다고 하곤 하나도 보지 않았고 한다고 했던 자격증 공부도 전혀 하질 않았다. 주말엔 자고 밀린 집안일 하기 바빴다. 가끔 텀블러에 짧은 글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 사진도 재미없었고 영화도 지루했다. 토이프로젝트도 전혀 안 했고 이상한모임 활동도 열심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커뮤니티에서, 트위터에서 별 사소한 말에 다 상처받고 우울한 기분이 늘 반복되었다. 기분이 우울하면 트위터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사진만 봐도 와 나는 맛있는 것도 안먹고 뭐하고 사나 더 깊은 우울감이 생기고 그랬다. 아무런 활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실제로 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받았다. (쓰고보니 이상한데 정말 그랬다.) 그래도 매일 속으로는 이렇게 펑펑 시간 보내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놀았다.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안 된다 생각하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스트레스는 계속 받았던 것 같다. 장작이 없으니 불은 점점 사그라졌고 일상이 참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그냥 열심히 지내면 되는데, 쉽게 생각할 순 있지만 그게 행동으로 옮겨지질 않았다. 번아웃이라고 말하긴 싫지만 그런 비슷한 상태로 올 한 해를 보냈다. 이런 바닥인 모습을 쓰고 싶지 않지만 돌아보니 올해 내가 그랬다. 그래도 이번 달에는 좀 신경 써서 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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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민경 씨가 와서 지낸 시간, 함께 여행을 다닌 시간이 가장 위로가 되었다. 처음으로 가본 시드니에서 오페라하우스를 다녀오기도 했고, 멜번에서도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고 고마웠는지. 폰에 저장된 사진을 다시 열어보면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감사하기만 하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을 위해서라도 다시 힘내고 열정있는 삶을 되찾아야 할 텐데. 함께 보낼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새해에는 무엇보다 욕심을 좀 버리고 성취 가능한 수준에서 계획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늘 과하게 계획을 짜기도 했었고 매년 그냥 적고 보는 계획이 많았으니 이번엔 딱 세 가지만 해야지 생각했다.

책을 많이 읽기로 했다. 새해 전부터 시작하려고 리디북스에 사놓고 안 읽은 책부터 하나둘 읽어가고 있다. 여전히 읽으면서도 한쪽엔 트위터 열어 새로고침 하면서 괜히 우울한 기분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왜 트위터만 보는데도 우울한 것일까. 그리고 멀티태스킹 그만해야 한다 정말.

글을 꾸준히 쓴다. 대신 블로그는 정리할까 고민하고 있다. 블로그도 있으면 좋긴 한데 블로그라는 양식에 이상하게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조회 수라든지 댓글이라든지 신경 안쓴다 해도 쓰이는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와는 다른 환경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게다가 매달 나가는 고정비도 좀 줄이고 싶어서 좀 더 가볍거나 정적 사이트와 같은 형태로 바꿀까 생각하고 있다. 연말에 go 공부하고서 정적 페이지를 만드는 도구를 간단하게 만들어보고 있는데 아마 이걸 쓰지 않을까 고민한다. 연휴 동안 만들어서 적용해야지 했는데 붙여놓고 안 하니 좀 시큰둥해지긴 했다. 새로 만들면 좀 침울한 기분도 가시지 않을까. 뭐 이런 건 다 부수적인 부분이고 생각도 감정도 정리할 겸 글을 부지런히 쓰는 것에 중점을 뒀다. 책을 읽고서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지니려고 한다.

이제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영어 공부를 또 제대로 해야 한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토플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다. 클래스만 들어도 문제없긴 하지만 뭔가 명확한 목표를 갖고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험 대비를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었다. 구체적으로는 차차 정해볼 생각이다.

개발에는 딱히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정서적인 충전을 좀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생활 공간도 달라질 예정인데 이 변화를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열심히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지금 회사에서 계속 있을 생각인데 더 힘들다 느껴지면 아마 정리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좀 쉴 것 같다. 이직도 생각하긴 했지만 새로운 직장에 적응될 차에 또 그만두는 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한 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내자.

조은님과 강성진님의 포스트를 읽고 번역에 관한 회고를 간략하게나마 남긴다. 전문적으로 하는 번역은 아니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일 중 하나였고, 그 결과로 올해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이 번역글로 채워졌다. 원문의 길이도 다양했고 그 분야도 다양한 편이였는데 읽고 나서 유익하다 싶었던 글은 대부분 번역했던 것 같다.

올해 번역을 유독 많이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올해 초에 썼던 목표대로 경험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짧게라도 읽는 글을 정리한다는 느낌을 갖고 시작했다. 모국어로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컨텐츠가 적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한국어 구사자는, 특히 개발자라면 최신 정보를 알기 위해 사소한 글이라도 영어를 읽어야만 하는 상황에 자연스레 놓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사소하게 읽는 글이라도 간단하게 국문으로 옮겨두면 나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 글이 필요한 다른 사람도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호주에서 지내며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리고 한국어로 긴 글을 별로 쓸 일이 없어 문장이 많이 서툴어지고 있던 점도 있어서 겸사겸사 번역에 시간을 쓰게 되었다. 영어도, 한국어도 잘 못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했다.

몇 번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짧은 글이였다. 처음엔 짧은 글도 번역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비슷한 표현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쉬운 글을 위주로 번역했기 때문에 점점 번역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짧은 글은 지치지 않고 끝낼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성취감과 자신감도 따라왔다. 공유에 따라 피드백도 바로바로 받을 수 있어서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되었다.

명세와 같이 중요한 문서나 깊은 통찰이 있는 글을 번역하는 일은 분명 멋진 작업이지만 별로 많이 하지 못했다. 아직 분량이 많아지면 겁이 나기도 하고 “공식적인” 느낌의 글을 옮기는 것은 묘하게 부담이 느껴진다. 그래도 짧은 글에서 점점 긴 글로,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글을 번역해 점점 근육을 키워가는 것을 목표로 했고, 예전에 비해 글을 번역해야지 하는데 고민이 많이 줄었다는 점 등 그 목표를 잘 따른 한 해라고 생각한다.

좋은 번역이었나에 대해서는 답을 하기 어렵다. 시간을 들여 좋은 품질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그냥 글을 읽는 것처럼 번역해 그 시간을 줄이는 것을 더 고려했었다. 또한 직역보다는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의역을 많이 했다. 용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지나친 초월 번역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트위터나 슬랙을 통해서 물어봤고, 또 그런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내년엔 필요할 때만 물어서 용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용어집을 만들어 정리하고 번역 원칙에 따르는 것도 꼭 해봐야겠다. 또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나 한국어나 실력이 평범한 수준이라 아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내년에는 번역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시간도 충분히 투자하고, 또한 영어, 한국어 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가장 철저하게 따른 원칙은 저작권 준수다. 저작권이 명시되어 있다면 저작권에 따라 병기했고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면 꼭 저자에게 메일로 문의해 명확한 허락을 받고 번역, 게시했다. 단 한 번도 이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경우가 없었는데 단 한 명도 안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고맙다는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도 저자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콜드 메일을 보내는데 자신감도 생겼다.

내가 맨 처음 번역글을 작성할 때 찾았던 초보 번역자들에게 보내는 몇 가지 조언은 매번 번역에 어려움이 있거나 지침이 필요할 때, 거친 얘기를 들어서(번역이 왜 이렇게 구리냐, 이런 유치한 것도 번역하냐 등등) 마음이 힘들 때마다 꺼내 읽는 글이다. 특히 비웃는 자를 비웃어 주라는 이야기가 특히 힘이 되었다. 😀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새해 목표 목록에 번역하기를 추가한다면 참 기분 좋을 것 같다.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마주하고 번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읽을 거리

2014년엔 예기치 못했던 건강 문제로 후반기 내내 컨디션 회복이 안되서 더 금방 지나가버린 기분이다. 작년에 2013년을 회고하며 2014년을 계획했던 글을 읽어보면 지난 2014년도 그다지 목표가 많이 지켜지진 않은 것 같지만 돌아보면 잘잘하게 많은 개인 프로젝트도 했고, 그 중에 Koala Hates Rain 같이 끝을 본(!) 개인 프로젝트도 있었고, 깊이 있는 주제는 없었지만 블로그도 나름 꾸준하게 했고, 이상한모임도 이 멀리서 나름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고, 취미에 시간을 더 써보기도 하고, 회사도 성장해서 연봉도 올랐다(…). 이런저런 작고 큰, 감사할 일이 참 많았던 해를 보냈다.

오늘은 공부하러 도서관에 갔는데 올해 계획을 생각하다가 실천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해의 목표 목록을 다음과 같이 적어봤다.

모든 경험을 오픈소스로

경험은 개인적이고 그만큼 폐쇄적인 자산이지만 글, 사진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공유를 하면 다수의 간접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고 그 과정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는 경험을 공유해 가치를 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경험의 공유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것도 빼먹지 말아야겠다.

의사소통에 더 노력하기

호주 거주 만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영어도 여전히 반쪽인데 한국어 사용 빈도도 점점 적어지고 있어서 두 언어 모두 어눌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내 정체성도 점이지대를 방황하는 주변인 정도로 느껴지고 있다. 그래서 내 생각과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매년 목표에 있었는데 올해에는 경험의 공유를 위해서라도 더 의미를 부여하고 꾸준히 진행하려고 한다. 지난 해에 영어에도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는데 시험 준비를 다시 해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기

출퇴근 시간도 많이 걸리는 데다 환승도 여러번 해야해서 은근 시간이 낭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사용해야겠다. 요즘 호흡이 긴 글을 읽는데 힘들어 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전반기엔 이 시간을 책을 읽는데 투자하고 싶다.

한동안 많이 절제 했었는데 또다시 SNS를 지나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다 하려면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분간 SNS와는 멀어지고 좀 더 정적인 매체에 가까이 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지치지 않도록 잘 배치해 부지런히 해야겠다. (회사 일, 영어, 개인 프로젝트, 새로운 언어 공부, 코세라, 사진.)

건강 관리

작년에 운동을 나름 꾸준히 했었는데 아픈 이후로 제대로 운동을 못하고 있다. 운동을 안하니 잠과 살만 늘고 있어서 잠도 줄일 겸 운동도 열심히, 그리고 꾸준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잠도 조절해야 하고 음식 조절도 필요하다. 커피도 점진적으로 줄이고 식습관도…


호주는 한창 여름이다. 오늘도 최고 기온이 41도였는데 1월에 이런 날씨는 아무리 만 3년차가 되어도 어색하다. 그래도 삶에서 매년 마주하는 1월은 내 삶의 징검다리를 만드는 시간 같고 내 삶 마지막 1월에 어떤 징검다리 위에 서 있게 만들지도 궁금하다. 올해에도 재미있고 행복한 일, 그리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연초에 커다란 계획은 세우진 않았지만 자잘하게 꾸준히 해야 할 목록 정도는 적어 뒀었는데 연말에 돌아보니 더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적었어야 하는 후회가 참 크다. 계획을 해야 측정이 가능하고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멍청한 짓을 하고 말았다. 😛

올해를 복기해 반면교사로 삼아 계획을 잘 세우고, 내년을 더 보람차게 보내자는 취지로 올해를 회고해본다.

직장생활

작년 6월부터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지내고 있다. 보스, 나, 그리고 신입까지 세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하우스 팀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라서 디자인은 외주를 주는 상황인데 간혹 내가 디자인에, 프로그래밍에, 이것저것 다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주에 와서는 개발자로만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여기에서도 적용되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현재의 일을 좌우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많은 노력과 약간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못바꾼다는 고정관념도 그 관성에 일조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의 영어. 노출이 자주 되어서 늘고 있는 것인지 어쩐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익숙해져서 그런지 동료가 하는 말은 귀에 쏙쏙 들린다. 예전엔 정확히 안들려서 되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생판 뜬금없는 이야기만 아니면 무슨 말 하는지 이해도 되고 제법 꿍짝에 맞춰 이야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업무에 있어서는 의사소통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은 많이 작아진 편인데, 물론 옆 회사 직원이나 클라이언트랑 얘기 해보면 아직 한참 멀었음을 느낀다. 특히 어려운 것은 잡담을 할 때랑 의견을 이야기해야 할 때인데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얘기할껄” 하고 후회할 때가 많다. 갈 길이 참 멀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포스트하긴 했지만, 여기 와서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환경들, 예를 들어 MS Access를 Front-End로 사용하고, VBScript로 태스크를 만든다거나, WordPress, joomla 등의 CMS를 다루게 된다거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들이 내가 가지고 싶은 스킬셋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아쉬운 기분이 들 때가 많지만, 이 작은 경험들이 수많은 상황과 조건에 맞게 폭 넓고 유연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는 통찰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리란 확신이 있고, 또 한 해를 돌아보면 그렇게 성장해가고 있는 기분이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남들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1년 여 가까이 2인 회사 체제로 지내다보니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한 명이 보스이자 인사담당자이자 대표인데 물어보기가… 이걸 어려워 하는 것도 한국적인 정서에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호주에서는 일반적으로 1년에 한번씩 퍼포먼스 리뷰를 통해 업무 평가 및 임금 조정을 진행한다. 나도 올해 6월 경에 퍼포먼스 리뷰를 했었다. 살짝은 불안한 마음에 리뷰에 임했는데 고맙게도 업무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잘 받았다. (끝나고 나서는 칭찬 받은 만큼 더 어필했으면 연봉을 좀 더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하;)

회사 업무에 있어서 내 자신에게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보면, 10월 쯤 이후로 내 스스로의 퍼포먼스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기분인데, 웹에이전시 특성상 잡무가 많아 컨텐츠 로딩이나 간단한 수정에 시간을 쓰다보면 좀 괴로워진다. 자동화 할 수 있는 배치 작업들은 코드를 만들어 해소하긴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 하는 경우가 좀 많은 편이다.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올라서 내년에는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 좀 덜 받았음 좋겠다.

올해 회사 일에서 하고 싶었던 이른 VBScript로 작성된 태스크를 C#으로 작성해 유닛 테스트, 빌드 & 디플로이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12월까지 와서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서 시작조차 못했다. 지금 닷넷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데 부지런히 배워 실무에도 적용하는 착한 개발자(?)가 되도록 해야겠다.

잡다하게 공부하고 있는 프로그래밍

현재 PHP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다른 언어를 배워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이런 저런 언어를 공부했고 나름 성과가 있었다. 가장 많이 공부했던 것은 파이썬인데 아직 제대로 된 프로젝트는 진행 못해봤지만 요즘 혼자서 만들어보는 프로토타이핑은 파이썬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가끔 필요한 노가다성 업무는 모두 파이썬 스크립트로 해결하고 있다. (이 편한 것을 이제서야…) 아직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아 Java스럽거나 PHP스러운(뭔가 최악의 느낌) 코드를 작성하게 될 때가 많은 편인데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해서 오픈소스 쪽에도 기여하고 프로젝트도 진행했으면 좋겠다.

업무상 필요로 인해 javascript를 사용하긴 하지만 jQuery 만으로도 충분히 잘 쓰고 있어서 다른걸 배우질 않았었는데 근래 AngularJS를 사용해보고 참 편리한 도구를 안쓰고 있었구나 하고 후회했다. 최근 간단한 프로젝트 하나를 AngularJS를 사용해 진행했고 모두가 대만족했다. 아직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봐서 근 시일 내에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려고 한다. 이외에도 backbone.js나 knockout이나 유명한 오픈소스도 많고, 서버 사이드에서의 node.js 등 살펴볼 것이 아주 쌓여 있어 어느걸 먼저 봐야 할지도 고민이다.

PHP는 사실 따로 공부한 적이 없었는데 최신 버전에서 추가된 기능들을 최근에 살펴보고 있다. 5.3.0, 5.5.x 등에서 추가된 부분도 많은데다 PHP Framework Interop Group에서 진행하는 PSR 같은 표준 문서작업 등이 한참 진행중인데 한국어로 소개되질 않아 빨리 보고서 소개글을 쓰려는데 이것도 계획을 잘 세워서 진행해봐야겠다.

Coursera에서 Startup Engineering 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Startup에서 사용할 만한 기술들을 배우고 수많은 아티클을 읽으며 Startup으로 연결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수업이었는데 수업 자체에서 얻은 지식보다는 함께 들었던 #세러데이스벅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더 좋았다. (이게 Srinivasan 교수님의 깊은 뜻이었을까.)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많은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었다…. 물론 수업은 완주를 못했다. 하하하.

iTunesU에서 제공하는 [CS 193P iPhone Application Development] 강의도 들었는데 2011년 강의를 듣다가 iOS7를 갑자기 진행하시길래 멈췄다. (핑계도 좋아.) 연초에 이 강의를 제대로 들어보고 앱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스터디 두군데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매주 월요일에 하둡을 이용한 빅데이터 스터디, 수요일에 닷넷 C#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하둡 스터디는 한두번 한 이후 사정이 있어 쭉… 쉬다가 내년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고, 닷넷 스터디는 현재 진행중인데 윈도우 개발 환경이 아직 없어서 나 혼자만 부진한 진도를 내고 있다. 사야 하는 기기들을 얼른 사서 제대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집중 없이 이것저것 산발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탓에 깊이가 없는 지식만 쌓이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연초에 언어 위주의 학습보다 이론, 개념 위주의 학습을 해야겠다는 방향을 잡았었는데 여전히 언어 위주로만 보고 있어서 내년에는 iTunesU나 Coursera를 활용해 제대로 된 강의를 수강해 더 심도있는 공부를 할 계획이다.

전혀 안하고 있는 운동

매년 계획 중 가장 안지켜지는 것 중 하나인데, 역시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 다행히 이사오고 나서 운동하기가 예전에 비해 더 좋아졌기도 했고, 건강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아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려고 애쓰고 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실천 목록에 올려놓고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더 계획적으로 잘 세워 운동을 해야겠다.

끝 없는 영어

호주에서 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영어인데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가장 시간투자를 안한 부분이라 아쉽다. 매일 영어 공부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제로는 책도 잘 안펴보고 있다. 작년에는 시험이라도 봤으니 한참 책도 들춰보고, 열심히 단어도 외우려고 노력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전혀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국에서 그저 있는 것 보다야 더 영어에 노출되고 간단한 소통이라도 영어로 하고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자기위안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 상황에 와 버렸다. (이사하고 나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열심히 놀고있다. 하하…)

나름 영어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소일거리를 공부 핑계로 하고 있는데 영어 실력도 깊지 않은데다 번역은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야 한다는 얘기가 어떤 뜻인지 깊게 알 수 있었다.

여튼, 얼른 시험도 신청하고 부지런히 공부해서 시험 점수도 만들고 해야겠다.

항상 욕심내는 글쓰기

블로그에 대한 욕심이 늘 많아서 일주일에 포스트 두개 쓰기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는데 현재 43개 포스트를 남겼다. 번역글 아니면 리뷰, 신변잡기 가득한 블로그로 나날이 진화중이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은 그런 글이 아니었는데 이미 되돌리기 늦은 상황일까. 일기도 쓰겠다고 하고 연초에 좀 쓰다가 말았다. 대신 트위터는 참 많이 쓰고 있는데 12월 2일 현재까지 6256개의 트윗을 남겼다.

페이스북도 간간히 하고 있다. 몰래 텀블러도 하고 있다. 짧은 글이나 생각들은 다 텀블러에 적고 있어서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다.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 이유가 예전에 비해 책 읽는 양이 절대적으로 줄어서 그렇다고 생각이 들어 좋은 글을 찾아 읽겠다 마음먹고 연초에 rss나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읽었었다. 특히 각각의 블로그에 있는 글을 모두 살펴보고, 좋은 자극을 주는 글을 목록으로 만들기도 했다. 또 오프라인 환경에서 쉽게 읽기 위해서 이메일로 수집해주는 북마클릿도 만들어 썼었다. (요번 서버 이전한 이후로는 동작하지 않고 있어 그냥 pocket을 활용하고 있다.) 도중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클리핑한 글을 기준으로 rss 피드를 만들어 리더로 구독하기 시작했다.

내년엔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꾸준히 정리하며 블로그를 꾸려나가야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세웠다.

두번의 휴가, 한국과 미국

한국은 올해 2월에, 미국은 올해 10월에 다녀왔다.

오랜 기간 집떠나 살다가 1년만에 집을 다녀 온 것인데 오히려 호주에 돌아오는 비행기가 더 집으로 가는 느낌이 났으니, 진짜 집은 어디인가 싶었었다. 그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인지, 그런데 벌써 1년 가까이 지나서 길게 회고하기엔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하다. (진작에 적어놓을 걸 그랬다)

그리고 미국 동부지역 여행을 2주 가량 다녀왔는데 가고싶던 갤러리도 다녀오고 사람들도 만나고 좋은 시간을 가지고 돌아왔다.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벌써 2달이나 지나가고 있으니 잊기 전에 빨리 정리를 해야 하는데 조만간 적어나가야겠다. (특히 동부라서 기대도 안했던 부분들인데 의외로 많이 마주하게 되어 인상적이었던 점도 많았다.)

긴 비행을 동반한 휴가를 다녀올 때마다 그 다음의 휴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워낙 비행이 길어 별 생각을 다 하지만.) 휴가를 가면 항상 많이 배워오고 자극 받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말도 안되는 일정을 만들게 되고, 막상 가서 골골거려 제대로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서 돌아오고 있다. 내년 휴가는 아직 막연하지만 pycon 같은 컨퍼런스에 가보고 싶다.

학업의 시작은 언제?

아직도 학적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데 현재에도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이름이 있다. 호주에서 친구나 지인들과 연락하다 보면 빈번히 듣는 이야기가 언제 다시 학교를 가는가에 대한 질문인데 갈 때가 되면 가야죠 식의 애매한 답을 늘 해왔다. 지금 마음으로는 호주에서 학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재정적 여력이 아직 없기도 하고 영주권 이상을 취득하면 학비가 아주 저렴해지기 때문에 일단 학업은 영주권 이후에 생각하자고 결정해두고 있었다. (시간을 체우면 자연히 받게 될거라는 다소 수동적인 생각이 삶을 생산적으로 만드는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기분이지만.)

일단은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좋은 질의 강의도 무료로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책과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도처에 있었고, 내년에는 제대로 계획 세워 하나씩 들어야겠다.

할 말이 더 많지만, 2013년 안녕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도 많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하지만 받은 복을 세다보면 감사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해였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붙잡을 말씀이 있었고, 좋은 관계 속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내색하지 않지만 타지 생활에서 연고가 없어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통해 잘 회복하고 다시 힘낼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좋은 비전을 품고, 내년을 더 기대하며, 하나씩 계획 준비해 2014년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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