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 (+1 레드아이) 일정으로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가정사에 큼직한 일이 줄줄이 있어서 어딜 가지 못하다가 조금은 갑작스럽게 리프레시 여행을 결정하게 됐다. 뉴욕은 민경 씨와 처음 만난 곳이라서 더욱 추억할 거리가 많았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라서 기대하는 마음보다도 얼떨떨함에 걱정이 조금 앞서기도 했었다. 둘 다 체력도 조금 유리인데다 잘 체하기도 해서 꽉 체운 일정을 우리가 잘 지킬 수 있을까 했는데 잘 짜인 계획 덕분에 유연한 대처도 가능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못찍었는데, 다음 스마트폰으로 교체하고 나면 더이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즐겁긴 하지만 점점 번거롭게 느껴지는게 아쉽다. 예전에 비해 또 사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계획할 때는 이게 마지막 뉴욕 여행이 될 것이란 얘길 하면서 일정을 짰는데 여행 후에는 우리 결국 못 본 곳들 많아서 적어도 다시 한 번은 와야겠다는 얘기를 했다.
커피
큰 기대 없던 곳까지도 커피가 맛있다니, 집에 와서도 뉴욕서 마신 커피 얘기한다.
- %Arabica NY 30 Rock: 이곳저곳에 매장이 많길래 늘 궁금했는데 숙소 바로 옆이라서 들렸다. 레드아이 직후에 마신 커피라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무난한 편이었다.
- WatchHouse 5th Ave: 여기도 숙소 근처여서 MoMA 갔다가 들렸는데 아마 여행 중 간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가격대가 높긴 했지만, 브루커피 마저도 산미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 Pavé NYC: 숙소 근처였는데 아침 식사 겸 들렸다. 페이스트리도 꽤 괜찮고 커피는 산미가 강하진 않았지만 제공되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말차 까눌레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 Variety Coffee Roasters Upper east side: 이곳저곳 있는데 구겐하임 갔다가 들렸다. 고소함 정말 강하고 끝에 좋은 산미가 있었다. 춥다 못해 비가 온 날이었는데 카페인으로 센트럴 파크를 씩씩하게 걸었다.
- Bar Pisellino: 인스타그램에서 이뻐 보이길래 간단하게 아침 먹을 겸 들렸다. 이탈리아풍으로 꾸며둔, 조그맣고 귀여운 공간이었다. 점심 전부터 칵테일 마시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우린 크로아상이랑 샌드위치, 커피 다 깔끔하고 좋았다. 우린 언제 이탈리아 가보지 얘기 하면서.
- OSLO Coffee West Village: 사실 웨스트 빌리지에서 Pisellino에 갈 지 이 곳에 갈 지 고민하다가 지나가는 길 근처라서. 조그맣고 귀여웠다. 바디감 있는 쪽이긴 했지만 균형있는 맛이 좋았다.
- Drip Coffee Makers in Clark Street Station: 덤보에서 브루클린 다리 구경하고 동네 구경 삼아 걸어간 곳이다. 정말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카페였다. 푸어 오버 해달라고 하니 몇 가지 선택지도 있었고, 역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피 내리는 걸 기다렸다. 뉴욕 지하철 답게 너저분한 분위기인데 이런 곳에서 카페를 한다니 너무나도 신기했고, 커피 내리는 사이에도 에스프레소 사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내린 커피는 여행 내내 다시 얘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 Birch Coffee Upper East: 메트로폴리탄 보고 나와서 마지막으로 마신 커피. 고소하고도 베리류 산미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게다가 카페에 레밍턴 케이크를 팔고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음식
- Blue Willow: 맛있게 매운 사천 음식점. 예약 없이 갔다가 자리가 없길래 주문하고 픽업해서 숙소에서 먹었다. 우리 매운 음식 잘 먹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닌가 했는데 세상 깔끔하게 먹었다. 사천식 오이샐러드, 마파두부 등등 다 맛있었다!
- Gallaghers Steakhouse: 그래도 뉴욕이니까 스테이크하우스를 가봐야지 싶어서 유명하다는 곳으로 예약했는데...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 Magnolia Bakery: 민경 씨가 지난 번 왔을 때 분명 먹었다고 하는 바나나 푸딩인데 난 먹은 기억이 없다고 맨날 투닥거리던 곳. 그래서 이제 제대로 먹고 제대로 기억하기로 했다. 맛있었다! 푸딩이란 게 젤로 같은거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구나 신기했다.
- Agi's Counter: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놀랐다. 브루클린 어딘가 있는데. 메뉴 너무 다 생소하고도 맛있었다. 멸치 얹은 데빌드 에그도 맛있었고 보보 치킨, 알감자 튀김에 올리브유 얹은 블루베리 치즈케익도. 모든 음식이 낯설 정도로 달랐는데 요즘도 자기 전에 이때 먹은 것 얘기한다.
- Corrado Bread & Pastry on Lex 90th: 메트로폴리탄 가기 전에 아침으로 먹었는데, 뉴욕집밥(?) 분위기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시/공연
- MoMA: 첫 뉴욕 방문 때에도 왔었는데, 그때보다도 훨씬 많은 인파가 있었다. 어느 공간에나 사람이 많아서 좀 정신 없이 구경하고 나왔다. 대신 스토어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책 살펴보는데 더 시간을 썼다.
- Guggenheim: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는데 상설 전시가 아닌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잘 보지 못하던 작품도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정말 방대했다. 이번이 마지막 뉴욕 여행이다 했는데 메트로폴리탄 때문에 또 와야겠다고 얘기했다.
- Wicked - Gershwin Theatre: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보는 게 지난 뉴욕 여행 때 마음에 걸렸다고 해서. 공연 본다고 줄 서 있는데 투덜거리던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짜증났는데 막상 들어가서 너무 즐겁게 봤다. 정말 모든게 초록초록했다! 초록색 덕후인 민경 씨는 에메랄드 시티로 이사가자며 초록색 꿈을 꿨다.
- Mahler Chamber Orchestra: Mitsuko Uchida - Carnegie Hall: 오케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예전에 관악 부지런히 하던 것도 생각이 나고. 가슴뛰는 공연이었고 신선하고 재밌었다.
이곳저곳 이것저것
- Three Lives & Company Bookstore: 우연히 들어간 책방인데 사고 싶은 책을 또 잔뜩 살펴보다 왔다. 언제 다시 책 읽는 삶으로 돌아가지? 그것보다도 이것저것 사서 꽂아둘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도 컸다. 조그마한 책방인데 마음에 드는 책은 어찌도 그리 많았는지.
- Apartment Building from the TV Show Friends: 정말 프렌즈를 촬영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나오던 그 건물을 보고 왔다. 우리 말고도 사람 많았고 사진 찍는 사람도 많더라. 웨스트 빌리지 귀여웠고 정말 프렌즈 주인공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동네였다.
- Brooklyn Bridge, Dumbo, Jane's Carousel: Past Lives를 재밌게 보기도 했어서 다녀왔다. 사람이 정말 많았지만 영화 내용도 또 새록새록 나고. 가기 전에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서 한 번 낼 돈을 두 번 내는 에피소드도, 나중에 생각하면 웃길 거야, 했는데.
- LEGO Store at Rockefeller center: 둘이 처음 뉴욕 왔을 때 들렸던 겸 해서 다녀왔다. 디자인만 하면 피겨 블럭에 출력해주는 서비스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 MUJI: 산타모니카에 갈 때마다 종종 들렸는데 아쉽게도 폐점되어서 추억 삼아 숙소 근처에 있던 무지에 다녀왔다. 소소하게 잠옷과 이것 저것 구입. 그러고 나오니 뉴욕의 찍찍이를 잔뜩 봤다.
- Mure + Grand™: 귀엽고 핑크했던 스토어.
- Bounce: 짐 맡겨주는 서비스인데 덕분에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동선을 줄일 수 있었다. 우리 숙소에 불만이 많았던 탓에 짜증이 많이 나 있던 상태였는데. 여행 중 최고 유용했던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