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모임 과제로 각자의 작업 환경에 대해 쓰기로 해 작성하는 포스트다. 회사와 집의 환경과 작업 환경에 대해 간단하게 적었다. 과제 덕분에 오랜만에 방청소도 하고 아주 유익한 이상한모임이다.

사무실

회사에서 2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환경이다. 중간에 이사를 갔지만 같은 건물이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무실 배치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게 변경되서 슬픔.)

옆에 있는 원숭이는 모자다. mailchimp에서 보내준 물건들인데 스티커도 한움큼, 인형에, 모자에 참 풍성하게 보내줘서 고마웠다.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인데 깡통 보틀은 all above human 컨퍼런스에서 받아 잘 쓰고 있고 jiman님이 선물해주신 작은 텀블러는 따뜻한 물을 마실 때 쓰고 있다. 이것저것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라 늘 노트가 있다. 멜번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인 myki는 상당히 얇은 편이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꺾어질 것 같아서 애플스토어 카드를 같이 넣어서 들고 다닌다.

오른쪽 위 간트차트는 한참 전에 끝난 프로젝트인데 벽이 허전해서 그냥 붙여뒀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무실에 두고 사용했었는데 요즘 집에서 공부할 때 사용하려고 집으로 들고 왔다. 아이폰은 늘 충전하고 있고 구형 애플 이어폰으로 노래도 듣고 그런다. 바탕화면은 스냅샷, 스프라잇 이미지, 짤방, 합성 등 각종 이미지가 널부러져 있는데 화면에 꽉 차면 그냥 전체 선택해서 지운다.

집

이것저것 잡다하게 널부러져 있었는데 다 치우고 찍었다. 여기도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호주 오면서부터 맥북 에어를 쓰고 있는데 가볍고 대부분의 작업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구입한 이후 계속 투덜투덜 대던 부분이 바로 디스플레이였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별 느낌이 들지 않는데 색상을 봐야 하는 작업이 있을 때 문제가 컸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맥북 에어 디스플레이가 sRGB 절반 정도도 커버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 아이맥을 구입하게 되었다.

한국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회사 일에 약간 번아웃 된 상태라 집에 오면 코드를 거의 보질 않았었다. Street Photography에 관심이 많아져서 한동안 집에서 사진첩 보고, 사진 편집하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는 등의 일을 많이 했다. 사진도 컴퓨터를 해온 만큼 오랜 기간 했는데 최근엔 조금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있다. 한 4~5개월은 디지털과 필름을 병행하다가 이제 완전히 필름으로 넘어와서 대부분의 사진을 필름으로 촬영하고 있다. 현상은 filmneverdie에 맡기고 스캔은 직접 하고 있다. 사진 좌측에 보이는 검은 장비가 필름 스캐너(EPSON V600)이다. BUY FILM 스티커는 Japan Camera Hunter에서 필름케이스 구입할 때 받았다. 오른쪽 물컵 뒤에 있는 외장 하드에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 하드는 늘 불안해서 사진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할까 늘 고민했는데 필름으로 옮기고 나서는 그런 고민이 없어졌다. 노란 노트 아래에 있는 사진첩은 Martin Parr의 The last resort이다.

키보드는 레오폴드 FC700RT다. 맥북 에어를 좀 멀찌감치 두고 쓰려고 제작년에 한국 다녀올 때 구입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윈도우 키보드 레이아웃이라 가상 환경 윈도우를 사용할 때 편하다. 매직패드도 있는데 포토샵 작업할 때 영 불편해서 마우스를 쓰고 있다. 클립보드를 마우스패드처럼 쓰고 있다. 메모하기 쉽고 다 쓰면 새 종이로 교체하기 편리하다. 폰은 늘 충전하고 있다. 완전 충전하고 방전하면 베터리 수명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에어는 자기 전에 잠깐 글 쓸 때나 트위터나 슬랙할 때 사용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서 둘 다 열고 작업해본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최근엔 들고 나갈 일도 별로 없고 그래서 평소에는 키보드 받침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작업환경

내가 하는 일이 a little bit of everything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환경이 다른 편이다. 그래서 터미널 환경 + Sublime Text를 엄청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Sublime Text도 호주 시드니 소재 회사가 만들고 있다.) Vim도 쓰지만 복붙도 잘 못해서 마우스 쓰는 라이트 유저다.

최근에는 C# 코드를 많이 읽고 있어서 Parallels로 windows 8.1, VS2013을 사용하고 있다. Xamarin도 가끔 쓰고 있다. 빠르게 내용 찾고 코드 읽고 할 때는 여전히 Sublime Text를 사용한다. (회사에서는 vmfusion을 사용하고 있지만 Parallels를 추천하는 분들이 많아서 구입했는데 둘을 비교할 때 vmfusion이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다. 만약 구입할 예정이라면 vmfusion을 추천.)

Adobe CC로 Photoshop, Lightroom을 사용한다. Photoshop은 오래 사용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를 하질 못하고 있다. 그 탓에 Lightroom도 좀 쓰다가 불편해서 Photoshop을 켜는 경우가 많다.

문서 작성은 sublime text를 자주 쓰고 최근에는 typed를 사용한다. typed로는 음악만 켜고 다른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을 나열하는 수준의 글이 되어 버려서 아쉬운 느낌에 하나 더 적어보자면 집이든 회사든 모든 작업 공간에서 동일한 환경을 구축하는건 확실히 중요하다.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가 사소한 결정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모든 삶의 패턴을 단순화 하는데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인데 환경적 변화를 최소화 하는 과정을 통해 환경을 전환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최근엔 다양한 가상 환경의 도움을 받아 쉽게 개발 환경을 동일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하는데 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모임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주제로 함께 글을 쓰는 글쓰기 소모임입니다. 함께 하고 싶다면 http://weirdmeetup.herokuapp.com 에서 가입하시고 #weird-writing 채널로 오세요!

이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는 데스크탑을 지원해줬는데 지금의 회사에서는 이동이 많은 관계로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을 지원해 줬었다. 입사 당시에는 회사에 있던 Acer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잦은 멈춤 현상으로 작업본을 몇번 날려먹자 회사 앞 Officeworks에 가 사용할 노트북을 구입했다. 에이서 모델을 제외하고 나니 해당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던 기종이 삼성 아니면 아수스 모델이었는데 이상하게 가장 괜찮은 사양이 삼성 모델이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일이 급했던 관계로 삼성 노트북을 구입했고… 그게 재앙의 시작이었다.

불편하고 능률 하락하고 아프고 1타 3피

삼성 노트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키배치였다. 좁은 공간에 편의를 위해 넘버패드를 넣는 것까지는 좋은데 방향키와 엔터키, 넘버패드 0키와 우측 컨트롤, 시프트 키의 동선이 기존 키보드와는 맞지 않아 엄청난 불편함을 초래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입장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차라리 아래로 넓게 공간을 활용해 방향키를 뺐더라면 사용성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이런 기형적인 키보드 구조[^p1569-1]로 인해 매 작업마다 위 나열한 키들이 멋대로 눌려 매번 스트레스를 야기했다. UX를 고려하지 않은 키보드 레이아웃이 작업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문제의 키보드 레이아웃. 보면 모른다. 눌러봐야 안다.

극단적인 불편함을 초래했던 키보드를 대체하기 위해 일반적인 레이아웃을 가진 키보드도 하나 구입해왔다. Logitech K120 모델로 맴브레인 키보드인데 노트북의 기형 레이아웃을 벗어나 정상적인 규격의 키보드를 사용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전 한국서는 아이락스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사용했었는데 팬터그래프라 그런지 손가락 끝이 미끌리는 기분도 들고 정확히 눌린다는 느낌이 덜했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맴브레인이라 그런지 눌리는 느낌도 정확하지만 팬타그래프에 비해 조금 더 손가락에 압력이 강하게 느껴지는듯 싶다. 물론 노트북 키보드에 당한걸 생각하면 뭐든 안좋은게 없겠지만 말이다.

노트북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자연스레 VDT 증후군에 노출되게 된다. 난 예외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예외일 수가 없었고 특히 12월부터는 어깨와 목, 손목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보다 내 몸이 먼저 상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환경을 개선하고자 이리저리 알아봤다. 일단 모니터를 하나 더 구입해서 듀얼 모니터로 구성을 했다. 원래는 외장으로 쓰는 모니터가 하나 있었기 때문에 노트북 스탠드를 구입해보려 했으나 신기하게도 호주에서 판매하는 스탠드는 한결같이 금방이고 부서질 것 같은 녀석들만 엄청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기왕 사는 김에 고해상도 모니터를 구입해보자는 생각도 들어 델에서 판매하는 U2312MH를 구입하게 되었다. 원래는 집에서 사용하려고 구입했으나 그걸 못참고 사무실에서 개봉해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작업환경. 진작부터 이랬으면 좋았을걸.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하지 않는다”[^p1569-2]**를 조금 바꿔보면 “훌륭한 목수가 연장 탓을 안하면 VDT 증후군에 걸린다.” 가 되겠다. (뭐 내가 훌륭한 목수란건 아니지만.) 온전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좋지 않은 개발 환경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되짚어 볼 수 있었다.


1) 이런 기형적 키보드 레이아웃은 삼성 뿐만 아니라 요즘 대다수의 노트북에서 사용되고 있는 “트랜드”라고 한다. 뭔가 슬픈 유행이다.
2) 사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하지 않는다”의 본 뜻은 자신이 잘하고 못하는걸 연장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말이지 좋은 연장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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